세븐틴 정한x원우 싱글앨범 'This Man' 오디오북 Part1
https://www.youtube.com/watch?v=40doouM3jsI

남자는 높은 곳에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새벽에도 꺼지지 않는 조명등과 간판의 네온사인들
붉은 궤적을 그리는 전조등과 점멸하는
온갖 불빛들이 도시를 감싸는 화려하면서도 기묘한 무늬가 되었다
이곳에는 잠들지 않는 것이 아주 많았다
전깃줄과 옥상 난간에 동상처럼 서서 눈을 빛내는 야행성 새들
붉은 눈으로 도시의 구석구석을 관찰하는 카메라들
남자는 바로 그런 존재였다
그들과 남자의 차이점이라면
남자는 단순히 바라보는 걸 넘어서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의 것 중에 남자의 손과 발이 닿지 못할 곳은 없었다
그게 사람들의 안개 낀 꿈속일지라도

남자는 잠든 사람들의 꿈을 산책하길 즐겼다
그들의 꿈에는 도시의 불빛만큼이나 무수한 욕망이 있었다
뇌가 걸러내지 못한 장면과 가라앉지 않은 감정의 틈에서
발견하는 진실을 그는 즐겁게 감상했다
오래전 연락이 끊긴 친구의 얼굴
누락된 승진 결과
사랑했던 사람과 보낸 지난 기념일
한 문제 차이로 떨어지게 된 시험
술과 음식들
아파트와 보이지 않는 돈
망해버린 파티
망한 모든 것
돌아오지 않는 모든 것
그런 꿈은 탁한 파도를 닮아 짭조름한 맛이 났다

어떤 꿈은 맵고 누군가의 꿈은 맹숭했다
그리고 또 뺨이 부드러운 이의 꿈은 자주 달콤했다
심야의 밤 산책을 끝내고 나면
남자는 피곤함에 찌든 도시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을 건넸다
너무 지쳐서, 걱정과 근심으로 그 시간까지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혼잡한 꿈속에서 뒤척이는 이들에게 다가가 귓가에 숨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러면 아무 꿈도 없는 포근한 잠이 찾아왔다
사람들은 지난밤 혼곤한 꿈을 찢고 나타난 검은 옷의 남자를 기억하지 못했다

간혹 그런 남자가 꿈에 나왔던 거 같다고 말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얼굴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검은 코트를 입은 장신의 남자, 그게 다였다
남자의 정체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여
자신이 기억하는 이목구비의 조각을 모아 몽타주를 그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조각이란 꿈에서 현실로 끌어올려지는 사이 한껏 왜곡된 탓에
몽타주 안의 얼굴은 남자와 전혀 닮지 않은 조금 섬뜩한 인상이 되었다
도시의 소문이란 게 늘 그랬듯이 그 섬뜩한 얼굴은 남자의 얼굴이 아님에도
괴담이 되어 널리 퍼져 나갔다
'당신도 이 남자를 본 적 있습니까?'

높은 곳에서 내려온 남자는
팩으로 된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벽에 붙은 전단지를 바라봤다
조그마한 팩 주스는 금방 동났다
남자는 장난스럽게 팩 주스를 구기고서 거리를 빠져나갔다
오늘은 어떤 꿈을 산책할까, 고민하면서
그때, 도시의 조명들이 곧 꺼질 듯 깜빡였다
오전 8시 47분 창백한 남자는 매일 같은 시간에 눈떴다
시간을 확인하고 그것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뒤집어 내려놓았다
그는 시간 같은 건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이곳은 그래도 되는 공간이었다
창백한 남자가 만들어낸 상실한 모두를 위한 요람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식탁 위에는 그와 A가 좋아하는 음식들로만 이루어진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바삭하게 구운 토스트와 노른자가 익지 않은 달걀 프라이
인스턴트 수프와 토마토 과일들
하지만 막상 가장 중요한 건 보이지 않았다

A는 어디에 있을까?
집안 곳곳을 뒤졌지만 A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홀로 식탁 앞에 앉아 기억을 뒤졌다
원래는 이 맞은 편에서 함께 아침을 보내야만 했다
어제도, 그제도 그랬다
내일도, 모레도 일주일 일 년 십 년 후에도 그럴 것이다
그래야 하는데 왜 없지?
창백한 남자는 토스트를 한입 베어 물었다
혀가 죽은 듯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수프와 과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번엔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푸른 안개가 자욱해서 아무것도 내려다보이지 않았다
안개에 별이 박힌 듯 반짝거렸다
그때 고요 속에서 작은 기척과 식기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돌아섰다 아무도 없던 맞은 편 자리에 누군가가 앉아있었다
유령처럼 흰 천을 뒤집어쓴 채로

“A야? 왜 그런 걸 쓰고 있어?”
남자는 다가가며 물었다
광택이 흐르는 흰 천의 얼굴 부분에는 구멍 두 개가 뚫어져 있어서 눈동자가 보였다
구멍 안쪽의 눈은 A가 분명했다
A는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고서 남자를 물끄러미 응시하기만 했다
눈을 깜빡이지조차 않았다
창백한 남자는 A 앞으로 다가가 천으로 손을 뻗었다
A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그러나 A는 남자의 손길이 닿기 전에 일어나 돌아섰다
그렇게 뒷걸음질 치더니 완전히 돌아서서 흰 천을 뒤집어쓴 채로
집 문을 열고 달아났다 사라졌다
창백한 남자는 서둘러 그를 쫓았으나
안개로만 가득한 텅 빈 도시에는 아무것도,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적막한 거리에 섰다 정전된 도시
거리의 모든 시계들과 기계들은 고장 났다
이 도시에 따스한 불빛이 흐르는 공간은
남자가 막 빠져나온 그 집밖에 없었다
남자는 오로지 자신의 발소리와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거리를 샅샅이 찾아 헤맸다
A는 어디로 갔을까?
왜 그런 모습으로 나타난 거지?
그는 지쳤고, 피곤했다
허망하고 슬펐다
망연자실한 채로 집으로 돌아오자
아침에 차려둔 음식들이 고스란히 그를 반겼다
음식은 전부 썩어 있었다
애초에 싱싱했던 적 없다는 듯이

남자는 다시 식탁 앞에 앉았다
상한 수프를 숟가락으로 휘저었다
오래전에 누군가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 스쳤다
“후추를 뿌려 섞은 수프는 다시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어”
"카펫에 쏟아버린 레모네이드도 마찬가지고”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
창백한 남자는 한쪽 입꼬리를 비틀어 웃었다

그런 다음 상한 수프를 떠 입으로 가져갔다
아까는 그토록 아무 맛도 나지 않더니
이번에는 시큼하고 짭조름한 역한 맛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맞은편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그 위로 지난날이 겹쳤다
어제였나? 아니면 일주일 전?
상관없었다 여기에서는 하루하루가 같았으니까
A가 있다는 사실만이 중요하니까
부엌에서 A가 둥근 볼에 과일을 담아 나왔다
남자는 환하게 웃으면서 A에게 잘 잤냐고 물었다
A가 볼을 내려놓으며 남자를 마주 보았다
이목구비의 위치가 뒤죽박죽인 얼굴이 시야에 가득 찼다
너무 많거나, 이 도시처럼 텅 빈 얼굴
그건 더 이상 A의 얼굴이 아니었다
창백한 남자는 고통스럽게 웃었다
그는 뒤늦게 자신이 A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리고 얼굴을 잃어버린 A에게 흰 천을 씌운 게 바로 자신이라는 것도 함께
생생한 환상이 가시자 창백한 남자는 홀로 남았다

현실에 A는 이제 없었다
그는 영영 떠나서 돌아오지 못한다
후추를 뿌려 휘저은 수프처럼
카펫에 스며든 레모네이드처럼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렸다
창백한 남자가 도시를 본떠 만든 이 꿈의 장소로 도망친 이유였다
이곳에서는 아직 A를 볼 수 있다
손을 잡고 눈을 맞출 수 있다
창백한 남자는 사람들의 꿈과 눈물을 모아 만든 모래 가루를 섞어
정성스럽게 A를 만들었다
속눈썹과 콧날 귓바퀴와 입술의 모양까지 세심하게 재현했다
그것이 진짜와 닮아갈수록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돌이킬 수 있게 된 것만 같은
착각이 일었다
이곳의 매일매일은 같다
모든 일이 벌어지기 전 아직 비극을 감지하지 못한 시절의 기억을 연료로써 굴러간다
그런데 그 연료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시간은 과거를 희석하고 절대 잊기 싫은 기억을 휘발시켰다
남자의 기억도 마찬가지였다

창백한 남자는 이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는 사라진 A를 찾아야 했다
흰 천을 뒤집어쓴 A는 아마 이 도시의 가장 어둡고
깊숙한 곳을 휘휘 떠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문들과 이어진 누군가의 꿈에 놀러 갔을 수도 있다
잃어버린 그를 찾아와야 했다
흰 천 안쪽의 일그러진 얼굴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고서
더는 잊어버리는 일 없게 이 세계를
이 고요하고 희미한 모든 걸 현실로 바꿔야 했다
그는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았다
이쪽과 저쪽이란 결국 어느 쪽이 많이 기우는 지로 결정되는 것이다
【한국어】 JxW (SEVENTEEN) 1ST SINGLE ALBUM ‘THIS MAN’ Audiobook-Par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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